신은 때로 불공평하다. (우리가 이런 말을 쓸 땐...분명 선남선녀 이야기일 가능성이 많다. -,.-) 후배 L은 이 인물에 대해 기사를 쓸 때 `외모는 파워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렇다'는 말로 시작했다. 전적으로 타당한 출발점이다.
2m 가깝다는 몸은 카리스마를 발한다. 민소매 검은 상의에 가죽팔찌가 기막히게 어울린다. 손가락을 감은 가죽끈은 아무래도 화면상으로 볼때, 그린거 같은데...암튼, 그조차 멋있다. 때로 고개를 들때마다 허공을 향하는 그의 눈빛은 숨막히게 깊다. 한 곡이 끝날때마다 이 남자, 순진무구하게, 초절정 귀여운 보조개까지 만들며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길고 긴 몸을 90도로 굽혀 인사한다. 아이고, 겸손한 저 자태. 대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냐. 이 남자는 피아니스트인데....그의 DVD를 리뷰한답시고, 그의 음악 얘기는 꺼내지도 못한채 외모 찬양에 나서다니...
막심 므라비차. 크로아티아 태생. 1975년생. 바네사 메이를 키운 영국 EMI의 `신무기'. 일렉트로닉 피아니스트. 탄탄한 클래식 실력을 바탕으로 한 크로스오버 연주자다. 알고보니 집에 이 남자의 CD와 DVD가 다 있었다. (아, 이 무관심) 뒤늦게 알고서 DVD부터 봤다. CD로 음악만 들어도 괜찮겠지만, 대체 비주얼로 한 승부 거는데, 어찌 외면할소냐.
거부감이 생길 정도로, 비주얼이 예술이다. 이 DVD는 영국 런던 공연 실황을 담고 있다. 무대나 조명, 무용수까지 비주얼 신경 엄청 썼다. 그리고 다 필요없다. 이 남자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구차한 설명 필요없이 화면에서 눈을 못뗀다. 마치 내 수준을 인정하는 거 같아 쑥쓰럽지만, 정말 그렇다. 마케팅 포인트가 너무 노골적이라, 조금 짜증이 나려 했는데, 세상에 저런 '느끼남'이 있나..하며 궁시렁거렸는데.....어느새 멍하게 바라보는 나도 참 할말 없다.
신이 불공평하다 했으니....뒤늦게 설명하자면, 연주도 꽤나 근사하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댄스뮤직 같은 크로스오버 보다, 앙콜곡으로 피아노만 독주하는게 훨씬 근사하다.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무지무지 빠른 손가락 움직임은 경이롭다. 수록곡들이 대중적인 것도 나같은 문외한에겐 반갑다. 그리그의 피아노 콘체르토 A마이너, 헨델의 사라방드, 쇼팽의 녹턴과 Revolutionary Etude In C Minor ,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를 위한 랩소디 등등. `스타' 하나 잘 두니 국가도 뜨는데, 크로아티아의 작곡가 Tonci Huljic의 곡이 여럿이다. 그중에 `원더랜드'도 인상적이다. 처음엔 강한 비트, 지나친 드럼 소리들이 계속 반복되니까 거슬리기도 했는데, 정통 클래식 피아니스트 출신 답게, 중간 곡들은 조용히 진행한다.
DVD엔 `왕벌의 비행', `엑소더스' 뮤직비디오도 있는데, 오호라, 이 남자야 말로 뮤직비디오를 위한 음악가 아니겠는가. 그냥 껌뻑 넘어갈만 하다. 아래 사진은 AM7에서 작년에 `스타갤러리'라는 연예인 사진 크게 쓰는 지면에서 인터뷰한 것. 그는 정말 웬만한 연예인보다 훨씬 굉장하다. 그러니 클래식 연주자의 길을 걷지 못하고 자의든 타의든 스타가 됐겠지만.
지나치게 매력적인 외모는 정통 연주자에게 독일까, 약일까...
아참, 너무 흥분해서...중요한 불만도 빼먹었다. 이 DVD를 보면, 정말 인종의 벽을 느낀다.
함께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전부 예쁜 화이트 미녀들. 이 오케스트라에 유색인종 하나 정도 있는 거 같다. 심지어 런던 공연....여기 온 관객들도 대부분 화이트다. 중간에 문득 의식하고 일부러 찾아봤는데, 유색인 관객중에도 하나밖에 못봤다... 뮤비에야 블랙들도 나오지만...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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